섬. 안도현

2025. 1. 21. 01:06시와글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시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글  (0) 2025.01.22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0) 2025.01.21
좋은글  (0) 2025.01.21
겨울산. 길상호  (0) 2025.01.20
좋은글  (0)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