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그해 여름은. 김해정

2024. 7. 5. 00:00시와글

해거름 무더위에

햇살이 게으름 피우듯

어슬렁거리며 제집 찾아갈 때

아버지는 돌돌 말린 멍석을

툭툭 치며 마당 가운데에 펴셨다



청포도처럼

알알이 맺힌 땀방울 초저녁

여름 수다로 차려진 밥상엔

갓 지어낸 뽀얀 쌀밥에

따뜻하게 내민 둥글게 빚어 놓은

우리 엄마의 정



마른 홍고추를 확독에 쓱쓱 갈아 담그신

고구마 줄기 김치의 손맛은 우는 매미를 달래듯 나의 입맛을 살리듯

추억을 태우며 걷는 한여름의 시절

지붕 위로

소리없이 바람이 잠들때

환하게 비치는 달빛

멍석에 내려앉아

별꽃은 밥상 위로 은은하게 피어나

흐트러진 기쁨 한줌

슬며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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