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는 길. 석당 윤석구
2022. 9. 2. 15:05ㆍ시와글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 발 한 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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