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정호승.

2024. 3. 21. 00:00시와글

도산 선생 임종하신 방 한 구석에
매화분 하나 놓여 있다
매화분에 물 주거라
도산 선생 돌아가실 때 남기신 마지막 말씀
소중히 받들기 위해
매화분에 매화는 피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통장에 돈 찾아라
한 마디 남기고 죽을까 두려워라
낙동강 건너 지구에는
오늘도 한창 꽃이 피고 있다
도산서원 매화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는가
꽃나무 아래 쭈구리고 앉은 나를 보고
죽더라도 겨울 흰 눈 속에 핀
매화향기에 가서 죽어라고
새들은 자꾸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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