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관한 시2편
2022. 4. 20. 07:37ㆍ시와글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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