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 도종환
2024. 11. 30. 00:00ㆍ시와글
날이 흐리다
날이 흐려도 녹색 잎들은
흐린 허공을 향해 몸을 세운다
모멸을 모멸로 갚지 말자
치욕을 치욕으로 갚지 말자
지난해 늦가을 마디마디를 절단당한
가로수 잘린 팔뚝마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진 연둣빛 잎들이
솟아나고 있다
고통을 고통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극단을 극단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여전히 푸르게 다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복수다
도종환,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창비, 20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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