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
물새가 되리. 정채봉
lotus 여니
2024. 1. 17. 00:00

내가 죽어서
다음 몸을 받는다면
물새가 되겠다
흙한테는 미안하지만
물에서 하루치를 벌어
하루를 사는
단순한 노동자가되고 싶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오늘의 작은 만족에 훨훨 날며
비록
겨울날 맨발로 얼음 위를 걸으며
부리로 얼음을 쪼지만
그 누구를 원망도 시기도 하지 않는
하얀 물새가 되고 싶다
그리움이야 멀리 바라보며 피우는 꽃
강 건너 흙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나는
죽어서 다음 몸을 받는다면
기꺼이
물새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