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

기차 여행. 에리히 캐스트너

lotus 여니 2025. 1. 2. 08:31


우리는 모두 같은 기차를 타고
시간을 가로질러 여행한다
이제 창밖을 보는 사람도 있고 이미 볼 만큼 본 사람도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기차를 타고 간다

얼마나 멀리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잠에 빠진 사람,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
끊임없이 떠드는 사람.
역 이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목적지도 없이
세월을 가로질러 달리는 기차.
누군가는 짐을 풀고, 누군가는 다시 짐을 싼다.
누구도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

내일 우리는 어디를 지나게 될까?
역무원은 객실 안을 들여다보며
혼자 미소 짓는다.
그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는 침묵하다가 객실을 떠난다
요란하게 울리는 기적 소리!
서서히 멈춰선 기차
죽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린다

어린아이도 한 명 기차에서 내린다
어머니가 울부짖는다
죽은 사람들은 말없이 과거의 플랫폼에 남겨지고
기차는 다시 시간을 가로질러 달린다

왜 달려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등칸은 거의 비어 있다
뚱뚱한 사람이 빨간 융단 시트에 당당하게 앉아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그는 혼자이고 혼자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기차를 타고
희망에 부풀어 현재로 여행한다

이제 창밖을 보는 사람도 있고 이미 볼 만큼 본 사람도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기차를 타고 간다
엉뚱한 객실에 타고 있는 줄도 모른 채